독일에서 임신 37주차 (독일 임신, 독일 산부인과)
임신 후기 작지만 많은 불평을 좀 해보자면, 요즘 잠도 잘 못 자고 아기는 열심히 커서 엄청 크게 움직이고, 눈물도 많아지고, 아침마다 두통도 있고, 목도 자주 마르고, 간식거리가 당기고, 배꼽 주변도 간지럽고 자꾸 튀어나오려고 하고, 배가 뭉치고 불편한 느낌도 가끔씩 받아요. 앉았다 일어나는 것, 걷는 것도 이전 같지 않은 게 이제 아기가 나올 준비를 하고 있나 봐요. 아기도 처음 태어나는 거고, 저도 임신이 처음인데 다들 비슷한 과정을 거쳐 임신과 출산을 한다는 것이 신기해요. 인체, 생명의 신비ㅎㅎ
잠을 잘 못 자는 것은 이제 진짜 신생아 육아를 준비하는 단계라고 하네요. 다들 처음 2개월이 힘들다고 하는데, 아직은 실감이 안 나요. 호르몬 변화도 이때 가장 심해서 내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고 해요. 기대되네요.
이런 증상들 때문에 불편하지만 다행히 내편 통탱이가 잘해줘서 항상 고마워요. 집에서 늘어져있어도 괜찮다고 해줘서 스스로 복 받은 임신부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임신 후기가 되면서 귀찮음도 심해졌어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하루가 그냥 가네요. 출산 후 할 일이 많아질걸 미리 대비해 푹 쉬는 중일까요?
이번주에는 산부인과를 방문했어요. 요즘 독감이 유행이라 그런지 병원문 앞에 마스크를 써야 된다고 붙여져 있네요. 일단 무시하고 들어갔더니 마스크를 꼭 써야 된다고 1층에 있는 약국에 가서 살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집에 갔다가 왔어요. 집에 사다 두고 못쓴 마스크가 많거든요. 테어민 시간에서 40분 정도 늦었어요. 카운터에서 혼났고요ㅎㅎ
혼나고서 접수하고 대기실에서 생각해 보니 억울한 거예요. 나는 한 시간도 기다리고 두 시간도 기다린 적 있는데, 심지어 다른 환자들도 오래 기다려야 돼서 항의한 적도 있거든요. 근데 오늘 한 번 마스크 때문에! 다시 집에 갔다 온다고 40분 늦은 건데! 당당하게 한소리를 하다니. 맨날 환자들 대기 타게 하면서 자기들은 기다릴 줄도 모르고. 저도 병원도 적반하장이네요ㅎㅎ 늦은 건 잘못이지만, 병원에서도 나한테 할 말은 없다가 저의 입장입니다ㅎㅎ
이번주에도 우리 아기는 300g이 더 컸어요. 총 2600g으로 여전히 주수보다 작은 편이긴 하지만, 크는 속도로 봐서는 일반적인 크기로 태어날 것 같아요. 저체중으로 태어날까 걱정 많이 했는데, 다행이에요. 제가 요즘 아무것도 안 하고 게으름 피워서 커졌나 했는데, 그건 아니고 그냥 아기가 잘 큰 거래요ㅎㅎ 머리도 아래에 있고요. 아기 머리위치는 이제 더 이상 안 바뀐다고 보면 된대요. 이 시기에는 아기가 많이 커져서 뱃속에서 자리를 바꿀 만큼 자리가 넉넉지 못하다네요.
CTG검사도 했는데, 이번에는 좀 달랐어요. 이때까지 한 번도 검사하는 동안에 아기가 잔다고 깨운 적이 없었는데, 검사 중 간호사가 들어와서 여러 번 제 배를 흔들었어요. 아기가 잔다고 깨워야 된다면서요. 우리 아기는 많이 피곤했는지 일어났다가 금세 다시 잠들었고요. 어떻게 잠든 건지 아냐니까, 아기가 자면 심장박동수가 변화 없이 일정하게 유지된대요. 검사하는 동안 5번은 아기 깨우러 들어왔어요ㅎㅎ 당황스럽더라고요ㅎㅎ 나한테 스스로 흔들라고 하는데, 아기한테 미안해서 제대로 못했어요ㅎㅎ
그리고 이번 검진 때 늦었지만 백일해 주사를 맞았어요. 원래 35주쯤에 맞는다고 알고 있는데, 저는 조금 늦었네요. Boostrix를 맞았고요. 주사 맞은 곳이 오랫동안 욱신해요. 밤에 잘 때도요. 이걸 맞으면 아기한테도 면역이 생긴다고 해서 맞았어요. 주사 무섭고 아픈데도 맞았어요. 이게 모성애일까요?
이거를 맞고 독일생활에서 처음으로 Impfpass를 받았아요. 이런 게 있다는 걸 말로만 들었었는데, 드디어 받아보네요. 독일에서는 예방접종을 하면 이 노란 수첩에 다 기록을 해놔요. 이걸 보고 나중에 큰 병이나 임신을 했을 때, 어떤 예방접종을 했는지 단번에 확인을 한다고 해요. 근데 외국인들은 이런 게 없잖아요. 그래서 임신으로 병원을 방문하면 제일 먼저 피검사를 통해서 어떤 병에 면역체계가 있는지 확인을 해요. 독일인들은 이 Impfpass로 확인한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