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엄마/육아일기

20240926 고진감래가 뭔지 알아? (D+232)

2024. 9. 27.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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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용용이는 요즘 엄마를 가장 좋아해요. 엄마가 뭘 하든 웃는답니다. 엄마가 놀아주듯 행동하면 까르르 웃고, 눈에 보이면 활짝 웃어요. 기분이 안 좋을 땐 엄마가 일초라도 안 보이면 난리가 난답니다. 아빠가 조금은 서운해 하지만 자기를 좋아해 줄 때를 묵묵히 기다려 주는 멋진 아빠예요. 용용이에게 아주 좋은 아빠죠? 요즘 용요이가 먹이는 것에 저의 온정신이 다 쏠려있어요. 자다가도 용용이에게 분유든 이유식이든 먹이는 꿈을 꾸더라구요. 꽤나 생생해서 비몽사몽 깨있을 때는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되는 상황까지 왔어요ㅎ 건강하게 잘 커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만 먹고 싶어 하는 용용이에게 강요를 하게 되기도 해요. 싫다고 하는데도 웃으면서 장난치듯이 자꾸 젖병과 숟가락을 가져다 대는데, 괴롭히고 있는 것 같아서 미안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근데 먹는 양이 너무 적다 보니 포기가 안 돼요. 이유식을 먹을 때는 아기와 엄마가 각자 다양한 전술을 시도하기 바빠요. 먹이고 피하기의 싸움이죠ㅜ 저는 조금이라도 더 먹이기 위해 잘 먹을 때 빨리 주기, 과일즙 살짝 찍어서 밥이랑 같이 주기, 웃을 때 집어넣기, 너무 안 먹으려고 하면 과일 한 번 줬다가 다른 음식들 먹이기, 말로 타이르기 등의 시도를 하고 있고, 용용이는 안 먹기 위해 고개 옆으로 돌리고 멍 때리기, 완전 뒤로 돌기 (아기의자에 앉아서 먹기 때문에 거의 상체만 힘껏 돌리고 있어요), 식판이나 안전띠 등 다른 것들 빨기, 입 안 벌리기, 안 삼키기, 윗입술로 다가오는 숟가락 간 보다가 과일향이 느껴질 때만 입 벌리기, 턱받이로 피카부놀이하기 등 매번 업그레이드되고 있어요. 식사시간은 서로에게 또 다른 두뇌발달 시간이 되었어요..ㅎ 턱받이피카부는 어제까지는 까르르 웃었어요, 그때마다 입이 벌어지길래 밥을 한가득 넣어줬었어요. 그랬더니 이젠 입 닫고 웃네요ㅜ 마냥 아기인 줄 알았는데 보통내기가 아니에요.

 

오늘은 오후 이유식 시간에 용용이가 또 밥 먹기 싫어하길래 밥 다 먹으면 과일을 먹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엄마: 고진감래가 뭔 줄 알아?
용용: 엄마아빠
엄마: …. 맞아, 엄마 다음에 아빠란 뜻이야

 

엄마바라기인 용용이가 아빠를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오후 이유식 중이에요. 엄마랑 열심히 브레인 싸움을 하는 중에 퇴근하고 귀가하는 아빠는 시간상, 상황상 완벽한 구세주의 역할을 하거든요. 아빠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면 그때부터 뒤를 정신없이 바라보기 시작해요. 그러다 아빠가 거실문을 열고 들어오면 얼마나 활짝 웃는지.. 그동안 서운했던 아빠의 마음이 다 녹아내려요ㅎ 그렇게 이유식 시간이 지나면 용용이는 아빠와 즐거운 놀이시간을 보내는데, 용용이에게는 엄마와의 고군분투 후에 오는 아빠와의 놀이시간이 고진감래인가 봐요.

 

근데 용용아, 엄마가 열심히 먹여줬기 때문에 그 시간을 힘내서 즐길 수 있는 거야. 엄마는 네가 언제나 지금처럼 건강하고 활발하고 사랑스러울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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