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18 용용이 크리페 첫 등원
우리 용용이가 어린이집에 첫 등원했어요.
갓 돌이 지난 아기를 떼어놓을 준비를 한다는 게 마음이 아프지만 용용이를 위해서, 우리 가정을 위해서도 일찍이 어린이집을 보내기로 결정했어요.
처음 어린이집 신청했던 게 작년 9월이었어요. 제가 사는 도시는 어린이집/유치원 입학신청을 시에서 관리를 해요. 그래서 부모가 보내고 싶은 어린이집을 5군데 정도 추리고 순위를 정해서 신청을 하면, 1순위 어린이집부터 수용가능여부를 메일로 통보해요. 저희는 집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5곳에 신청을 했고, 신청 후 한 달 동안 3순위까지 거절메일만 받았아요.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서 여기저기 물어보니, 이럴 땐 전화를 하거나 직접 찾아가 보라는 조언을 받았어요. 그래서 1~3순위 어린이집을 직접 찾아갔답니다. 찾아가길 잘했던 게 시설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었어요. 1순위로 선택했던 어린이집이 생각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열악했어요. 유모차 주차공간도 없고, 반지하여서 매번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해야 했어요. 2순위 어린이집은 자리를 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올해 8월에 자리가 난다고 해서 패스했고요. 그 사이에 4순위 어린이집에서 받아줄 수 있다고 했지만 거긴 야외놀이터가 실내에서 잘 안 보여서 저희가 패스했어요. 결국은 3순위 어린이집을 선택했는데, 아주 잘한 선택이었어요. 1월부터 등원가능할 뿐만 아니라 시설도 가장 깨끗하고, 출입구, 로비, 각 그룹별 생활공간 등의 설계와 시공이 깔끔하게 잘 되어있더라고요. 무엇보다 원장이랑 담당교사가 한국을 아주 좋아해요.
어린이집과 부모가 합의를 하면 며칠 혹은 몇 주 내로 어린이집에서 어마어마한 서류더미를 줘요. 등원 전에 다 작성해서 내면 되는데, 그중에는 Masern-Impfung 확인서도 필요해요. (다른 건 부모가 직접 작성하면 되지만, 예방접종확인서는 소아과에서 받아야 되기 때문에 미리 소아과 예약을 해야 돼요.) 저희는 10월 말에 3순위 어린이집으로 결정을 한 후 11월엔 원장, 12월엔 담당보육교사들과 면담을 했어요. 한 그룹에 총 15명의 0~3살 아기들이 있고, 3~4명의 담당교사가 돌봐줘요.
독일을 어린이집은 평균적으로 3주의 적응기간이 있어요. 이걸 Berliner EingewöhnungsModell이라고 해요. 잘 적응하는 아기는 일주일 만에도 끝난다고 하는데, 용용이 어린이집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여요. 저도 그렇게 빨리 떠나보낼 수 없을 것 같아요.
첫 3일 정도는 한 시간 동안만 어린이집에 있고, 엄마랑 항상 같이 있어요. 엄마가 적극적으로 뭔가를 할 필요는 없고 그냥 아기가 이 공간과 사람들을 편하게 생각할 수 있게 도와주면 돼요. 우리 용용이는 아직 엄마손을 잡고 걸어 다녀요. 그래서 저는 한 시간 동안 용용이랑 같이 놀이방 이곳저곳 이 사람 저 사람을 관찰하며 다녔어요. 생각했던 대로 용용이는 주변을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더라고요. 아기 때부터 수업이나 모임, 놀이터를 열심히 돌아다닌 보람이 있었어요. 이제 계속 떨어지는 연습을 하는데, 잘 진행될 것 같아요. 어린이집에 함께 다니는 동안 저도 떨어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겠어요. 항상 함께였는데 마음이 싱숭생숭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