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엄마/육아일기

20250414 깊어지는 봄 (D+432)

2025. 4. 1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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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소리가 자꾸 커진다. 창밖의 앙상했던 나무들이 하루하루 파릇해지고 거리의 식물담장들도 다채로워졌다. 새들도 신이 나 재잘거린다. 용용이도 봄의 활기에 눈을 초롱하게 뜨고 여기저기 손가락질하며 옹알이를 한다. 커진 호기심 탓에 유모차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손을 잡고 걸으려고 하고 힘들면 안아달라고 한다ㅎ 그 순간엔 짐짝 같은 보물이다. 이 봄에 용용이가 크리페 적응을 완벽히 하면서 난 확실히 분리된 시간을 가지게 됐다. 모든 것이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는 봄, 다시 나를 살아가야 하는 시작점에 알맞은 환경이다. 머릿속에 내 모습의 청사진을 그려본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성공적으로 다시 일을 하게 됐을 때 여가시간들을 어떻게 용용이와 알차게 보낼 수 있을지도. 난 더 성장하는 삶을 살 수 있을지, 용용이도 응원해 줄지.

 

 

거리에 민들레가 벌써 씨를 품었다. 저렇게 풍성하게 펴 단단히 붙어있는 씨들은 곧 바람, 자연순리에 따라 속절없이 독립을 하겠지. 식물이나 동물이나 독립의 연속이다. 반복되는 만남과 헤어짐을 익숙하려고 무던해보려 노력하며 산다. 민들레는 저렇게 엄마를 떠나면 다시는 못 본다. 운이 좋으면 벌이나 나비가 엄마와 자식의 소식을 서로에게 전해주기도 하겠지. 그게 아니면 꿈속에서나 만나겠지. 이럴 때 사람으로 태어나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용용이가 독립을 하더라도 필요할 땐 언제든지 나를 찾을 수 있고, 나도 용용이가 보고 싶을 땐 볼 수 있을 테니까. 우리 용용이가 독립하기 전에 이 봄을 한껏 느끼며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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