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용이는 크리페에서 또 다쳤다. 무슨 일이 생기면 보육교사가 항상 말해주는 건 좋은데 안 다쳤으면 좋겠다. 크리페 다닌 지 이제 3개월째인데 야외에서 얼굴로 넘어진 게 벌써 두 번째다. 우려의 말을 하면 혹여나 다음부터 말을 안 해줄까 봐 입을 떼지도 못하겠다. 아이들이 15명이 채 되지도 않고 보육교사도 4명이나 붙어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자꾸 발생하는지 놀랍다. 우리 용용이가 크리페를 좋아하고 보육교사들을 좋아하는 걸로 봐서는 사랑받고 있는 건 확실한데 다들 조금씩 덜렁대는 구석이 있는 듯하다. 나도 3개월 밖에 안 봤는데 벌써 크리페와 나름 정이 든 걸로 봐서는 다들 나름 진심으로 서로를 대하고 있는 느낌이다. 금요일에 있었던 면담에서도 보육교사들이 우리 용용이한테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세세하게 말해주고 우리 얘기도 듣는 걸 보면 확실히 심성이 좋은 보육교사들이다. 그래서 서운할 수 있을만한 행동이나 말을 웬만하면 하고 싶지 않다. 이런 일이 더 생기지 않게 우리가 용용이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지를 보여줘야겠다. 혹여나 다음번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신경질을 낼 것만 같다. 그래도 머리는 진짜.... 조심 좀 해주지. 내일 있을 소아과 예방접종 때 의사한테 있었던 일에 대해 말을 해 봐야겠다.
지난주에 있었던 크리페 면담에서 보육교사들이 용용이 칭찬을 많이 해줘서 기뻤다. 어느 부모에게나 그렇게 말했겠지만, 용용이의 평소 행동을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칭찬을 하니 말에 신뢰가 갈 수밖에 없었다. 용용이가 드디어 독일어를 확실히 알아듣기 시작했다는 것. 말을 이해하고 행동으로 보여준다고 한다. 집에서는 한국어도 곧잘 알아듣는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말을 알아듣고 있어서 깜짝 놀랄 때가 많다. 한번 가르쳐주면 바로 이해하고 행동해서 영리하다고도 했다. 그리고 고집이 생겨서 아무리 nein이라고 해도 고집스럽게 하지 말라는 행동을 한다고 한다. 특히 아이들이 가지고 놀아야 되는 자동차타워에 자꾸 엉덩이를 들이밀면서 앉으려고 한단다. 그래서 nein이라고 하면 갑자기 분노가 올라서 신경질을 낸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꾸 그 위에 앉으려고 해서 '그렇게 앉으면 망가져, 다른 아이들도 가지고 놀아야 돼'라고 한다고 한다. 매뉴얼인 듯한데, 여러 번 타일러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고 한다. 집이었으면 냅다 들어서 다른 곳으로 데려가 완력으로 다른 놀잇감을 쥐여줄 텐데..ㅎ 집에서도 여러 번 타일러서 능동적으로 본인을 컨트롤할 수 있게 해 줘야겠다. 그리고 용용이는 집에서는 잘 안 자는데, 크리페에서는 낮잠시간에 자기가 자기 자리에 들어가서 기다리고, 다들 자려고 누우면 자기도 딱 누워서 잠들려고 노력하다 잔다고 한다. 놀랄 노자다 정말. 우리가 깜짝 놀라니 보육교사들이 웃는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서 장도 보고 빨래도 했다. 용용이 크리페 등원시키고 집으로 오는 길에 갑작스럽게 장을 봐야겠다는 욕구가 크게 일어서 갔는데, 가방이 너무 작아서 기저귀 두팩은 손에 달랑달랑 들고 와야 했다. 칫솔도 솔이 상해서 샀는데, 세면대 하부장을 보니 세상에나.. 칫솔이 이렇게나 많다. 오랫동안 칫솔은 안 사도 될 듯하다.
용용이 애착인형과 담요가 꼬질해져서 빨래를 했더니, 역시나 비가 온다. 오늘은 나랑 안 맞는 듯하다. 그래도 여긴 독일이다. 컴컴하게 쏴한 비가 내리다가도 금세 밝게 해가 비치는 곳. 지나친 낙담도 과도한 낙관도 의미 없는 소모일 뿐이다. 어찌할 수 없는 것에 여유히 나를 놓아두고 내가 반응하고 싶은 방향으로 조금 부족한 듯 표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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